Y2K 다음은 이것? 당신의 추억을 자극할 프루티거 에어로의 3가지 특징

혹시 컴퓨터를 켤 때 들려오던 영롱한 시작음, 스마트폰을 터치하면 들리던 ‘또로롱’하는 물방울 소리를 기억하시나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푸른 초원 배경화면이나, 반짝이는 유리 재질의 아이콘들을 보면 ‘아, 옛날 생각나네…’라며 아련한 미소를 짓게 되지는 않나요?
그 시절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그 모든 디자인에는 사실 이름이 있었습니다.
바로 프루티거 에어로(Frutiger Aero)입니다.
오늘은 Y2K의 뒤를 이을 새로운 ‘추억 조작’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이 생소하고도 익숙한 디자인에 대해 샅샅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프루티거 에어로, 대체 무슨 뜻인가요?

프루티거 에어로(Frutiger Aero)란, 대략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유행했던 특정 디자인 스타일을 일컫는 말입니다. 반짝이는 질감, 자연을 담은 이미지, 그리고 실제 사물과 비슷하게 만든 디자인(스큐어모피즘)을 특징으로 합니다.

‘아니, 라떼는 이런 말 없었는데?’라고 생각하셨다면, 정답입니다.
이 용어는 당시가 아닌, 2017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이기 때문이죠.
이름을 한번 분해해볼까요?

  • 프루티거(Frutiger): 스위스의 유명 폰트 디자이너 ‘아드리안 프루티거’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그가 만든 ‘Frutiger’ 서체처럼 인간적이고 가독성 높은 디자인을 상징합니다.
  • 에어로(Aero): 윈도우 비스타와 윈도우 7의 디자인 테마였던 ‘에어로(Aero)’에서 가져왔습니다. 투명하고 반짝이는 유리 효과가 바로 그 핵심이었죠.

즉, 프루티거 에어로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담은 윈도우 에어로 스타일의 디자인’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DNA에 각인된 프루티거 에어로의 3가지 특징

아마 설명을 듣는 것보다 예시를 보면 “아하!”하고 바로 이해가 되실 겁니다.
우리 기억 속에 깊숙이 박혀있는 프루티거 에어로의 대표적인 특징 3가지를 소개합니다.

1. 반짝이는 유리와 영롱한 물방울

프루티거 에어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광택’입니다.
윈도우 7의 작업 표시줄이나 창 제목 부분을 떠올려보세요. 속이 은은하게 비치는 반투명한 유리에 빛이 반사되는 듯한 그 느낌!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 아이콘들이 하나같이 탱글탱글한 젤리나 사탕처럼 반짝였던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평평하고 단순해진 요즘의 ‘플랫 디자인’과는 정반대의 매력이죠.

프루티거 에어로 스타일의 특징인 젤리처럼 반짝이고 입체적인 스마트폰 앱 아이콘들

2.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과 하늘

이상하게도 이 시절 디자인에는 유독 자연 이미지가 많이 사용됐습니다.
특히 컴퓨터 배경화면의 단골손님이었던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초원은 프루티거 에어로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이 외에도 물, 기포, 돌고래, 수족관 등이 자주 등장했죠.
이는 기술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유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낙관적인 시선이 담겨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3. 현실을 흉내 낸 디자인, ‘스큐어모피즘’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이라는 어려운 단어가 나왔지만, 사실 별거 아닙니다.
디지털 디자인을 실제 사물의 모습과 질감을 그대로 흉내 내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메모장 앱 아이콘이 누런 종이에 클립이 꽂힌 실제 노트처럼 생겼거나, 녹음기 앱이 클래식한 카세트테이프 모양을 하고 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사용자들이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아주 인간적인 디자인 방식이었답니다.

실제 노트를 그대로 흉내 낸 스큐어모피즘 디자인의 메모장 앱 아이콘 일러스트


왜 우리는 2025년에 다시 프루티거 에어로를 찾을까?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이 오래된 디자인이 다시 주목받는 걸까요?

첫째는 역시 ‘향수’입니다. 프루티거 에어로는 Z세대의 유년 시절,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의 청소년기를 관통하는 디자인입니다. 알고리즘에 지배당하기 전, 인터넷 세상을 자유롭게 탐험하던 그 시절의 낭만과 낙관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거죠.

둘째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피로감’입니다. 모든 것이 단순하고 평평해진 플랫 디자인은 세련됐지만, 때로는 너무 차갑고 개성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다시금 풍부한 질감과 인간적인 따뜻함이 있는 디자인에 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프루티거 에어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기술을 좀 더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한 시대의 공기를 담은 ‘타임캡슐’과도 같습니다.
오늘 집에 돌아가면, 오랜만에 옛날 컴퓨터나 핸드폰 사진을 한번 꺼내보세요. 그 속에서 빛나고 있는 작은 아이콘 하나가 당신의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다시 소환해 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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