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 고양이가 살아있을 확률 50%, 슈뢰딩거의 고양이 완벽 이해 5단계

택배 상자를 막 받았을 때, 그 설렘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순간을 아시나요?

내가 주문한 물건이 맞을까? 혹시 파손되지는 않았을까?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그 내용물의 상태를 확신할 수 없죠.

바로 이런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상태를 표현하는 아주 찰떡같은 과학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입니다! 🐈‍⬛

이름부터 묘하게 헷갈리는 이 개념, 오늘 저와 함께 상자를 열어보시죠!

Step 1. 슈뢰딩거의 고양이, 대체 무슨 뜻인가요? 🤔

가장 중요한 것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핵심만 요약해 드릴게요.

슈뢰딩거의 고양이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비판하기 위해 고안한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입니다.

관측하기 전까지는 어떤 현상이 확정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이 중첩되어 있다는 양자역학의 개념을, 고양이의 생사에 빗대어 설명한 것이죠.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로 고양이를 상자에 가둬서 괴롭힌 실험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

전 세계의 모든 집사님들, 안심하셔도 됩니다.

Step 2. 이 기묘한 실험은 왜 시작되었을까요? (feat. 양자역학)

슈뢰딩거 아저씨가 갑자기 고양이에 꽂힌 게 아니랍니다.

당시 물리학계의 ‘인싸’ 이론이었던 ‘코펜하겐 해석’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죠.

이 해석에 따르면, 원자처럼 아주 작은 양자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확률로만 존재해요.

예를 들어, 전자는 A라는 위치에도 있고 B라는 위치에도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우리가 ‘관측’하는 순간, 하나의 상태로 딱! 결정된다는 거죠.

슈뢰딩거는 이 말을 듣고 ‘아니, 그게 말이 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작은 세계의 원리가 우리가 사는 거대한 세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면, 이런 이상한 상황이 벌어질 걸?’이라며 사고 실험을 설계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너희 이론, 얼마나 이상한지 보여주겠다!’는 일종의 저격이었던 셈이죠. 🎯

Step 3. 운명의 장난, 상자 속에서는 무슨 일이? 📦

자, 이제 문제의 상자 속을 들여다볼 시간입니다.

상자 안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들어있다고 ‘가정’합니다.

  • 고양이 한 마리 🐈
  • 1시간에 50% 확률로 붕괴하는 방사성 원자 ⚛️
  • 방사선을 감지하는 가이거 계수기
  • 가이거 계수기와 연결된 망치 🔨
  • 망치에 깨지면 독가스가 나오는 유리병 ☠️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자 속 구성 요소를 설명하는 일러스트. 고양이, 방사성 원자, 망치, 독극물 병이 보인다.

이제 상자를 닫고 1시간을 기다립니다.

만약 원자가 붕괴하면(50% 확률), 가이거 계수기가 이를 감지해 망치를 내리칩니다.

망치는 독가스 병을 깨뜨리고, 고양이는… 안타깝게도 죽게 됩니다.

만약 원자가 붕괴하지 않으면(50% 확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고양이는 무사하죠.

여기서 양자역학의 논리를 적용해 봅시다.

우리가 상자를 열어 ‘관측’하기 전까지, 방사성 원자는 ‘붕괴된 상태’와 ‘붕괴되지 않은 상태’가 50:50으로 중첩되어 있습니다.

마치 치킨을 시켰을 때 양념과 후라이드가 반반 섞여있는 것처럼요. (아, 이건 좀 다른가요?)

그렇다면 원자의 상태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는 고양이 역시,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가 중첩된, 즉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 기묘한 상태가 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Step 4. 슈뢰딩거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

“고양이가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다니, 이게 무슨 냥리둥절한 소리야?”

네, 바로 그겁니다! 슈뢰딩거가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그거였어요.

상자를 열면 고양이는 살아있거나 죽어있거나 둘 중 하나지, 반은 살아있고 반은 죽은 ‘반생반사’ 상태일 수는 없잖아요?

슈뢰딩거는 이처럼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세계관을 거시 세계(우리가 사는 세계)로 끌고 오면 얼마나 모순적이고 비상식적인 결론이 나오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겁니다.

“너희들의 이론은 미시 세계에서는 맞을지 몰라도, 현실 세계에 적용하기엔 뭔가 부족해!”라고 외친 것이죠.

Step 5.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쓰이나요? (일상생활 만렙 편)

물리학계를 뒤흔든 이 사고 실험은, 이제 우리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이 공존하는 모든 불확실한 상황에 ‘슈뢰딩거의 OOO’라는 말을 붙여 사용하죠.

  • 슈뢰딩거의 합격 통지서: 합격 발표 메일을 클릭하기 전까지, 나는 합격자이면서 동시에 불합격자다.
  • 슈뢰딩거의 월급: 월급날 내역을 확인하기 전까지, 내 통장은 텅장이면서 동시에 텅장이 아니다. (보통은 텅장이지만요…)
  • 슈뢰딩거의 로맨스: 썸 타는 상대에게 고백의 답장을 받기 전까지, 우리는 커플이면서 동시에 남이다.

이처럼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이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불안을 재치 있게 표현하는 밈(Meme)이 되었습니다.

이제 누군가 “지금 내 기분이 딱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아”라고 말한다면, 그 복잡 미묘한 심정을 100% 이해하실 수 있겠죠?

상자 속 고양이의 운명처럼, 우리네 인생도 열어보기 전엔 알 수 없는 일들로 가득 차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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