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을 걷다 보면 “아니, 저건 우리 엄마 젊을 적에 유행하던 거 아냐?” 싶은 패션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LP판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힙스터’로 불리는 시대가 왔죠.
분명히 옛날 건데… 왠지 모르게 새롭고 멋져 보이는 이 현상, 바로 ‘뉴트로(Newtro)’ 열풍 때문입니다.
오늘은 도대체 뉴트로가 뭐길래 우리를 이토록 열광하게 하는지, 그 매력을 4가지 측면에서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려는 게 아니니 안심하고 따라오시죠!

1. 뉴트로(Newtro) 뜻: 대체 ‘새로운 복고’가 무슨 말이죠?
뉴트로(Newtro)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즐기는 문화 현상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온고지신’의 힙스터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복고, 즉 ‘레트로(Retro)’가 과거를 그리워하며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가깝다면, 뉴트로는 과거의 유행을 하나의 새로운 ‘소스’로 활용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기성세대에게는 향수와 추억을, MZ세대에게는 접해본 적 없는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죠.
“할머니, 이 약과 너무 맛있어요! 포장도 예쁘고요!”라고 외치는 손녀와 “그거 옛날에도 있던 건데…”라며 신기해하는 할머니의 모습, 바로 이게 뉴트로의 단적인 예입니다.
2. 뉴트로는 왜 유행하게 됐을까요?
모든 유행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죠. 뉴트로 열풍 뒤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사회적, 심리적 요인이 숨어있습니다.
- 기성세대의 향수 자극: 경제적으로 안정된 4050세대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상품과 문화에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그들에게 뉴트로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좋았던 시절을 추억하고 다시 경험하는 행위인 셈이죠. 마치 오래된 앨범을 꺼내 보는 것처럼요.
- MZ세대의 신선함 추구: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상이었던 MZ세대에게 아날로그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움’입니다. 조금 불편하고 느리더라도, 필름 카메라의 기다림이나 LP판의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오히려 독특하고 ‘힙’한 경험으로 다가오는 것이죠. ‘없어서 못 파는’ 인기 아이템이 된 필름 카메라가 이 현상을 증명합니다.
- 불확실한 시대의 안정감: 빠르게 변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과거의 것에서 오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때 그 시절이 좋았지”라는 막연한 감정이 뉴트로 유행의 심리적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3. 우리 주변의 뉴트로: 어디까지 파고들었나?
뉴트로는 이제 특정 분야를 넘어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습니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주되고 있을까요?
패션: 돌아온 Y2K와 빛바랜 로고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단연 패션입니다. 통 넓은 청바지, 크롭티, 커다란 로고가 박힌 티셔츠 등 2000년대 초반, 소위 ‘Y2K 패션’이 거리를 점령했습니다. 촌스럽다고 묵혀뒀던 옛날 브랜드들이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하고, 부모님의 옷장에서 발견한 빈티지 아이템이 가장 멋진 ‘신상’이 되기도 합니다.
음식과 음료: 할매 입맛의 재발견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약과, 떡, 흑임자, 수정과 같은 전통 디저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투박했던 옛날 포장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바꾸거나, 전통 디저트를 마카롱이나 케이크 같은 서양식 디저트와 결합하는 시도가 젊은 세대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죠. 델몬트 주스병을 연상시키는 빈티지 유리컵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 유행이 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음악과 기술: 불편함의 매력
스트리밍으로 1초 만에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굳이 LP판과 카세트테이프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들이 한정판으로 LP 앨범을 발매하고, 품절 대란이 일어나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화질 좋은 스마트폰 카메라 대신, 예측 불가능한 결과물을 주는 필름 카메라와 일회용 카메라가 다시 사랑받는 것 또한 뉴트로 현상의 일부입니다.

4. 레트로 vs 뉴트로: 결정적 차이 한 가지
많은 분이 “그래서 레트로랑 뉴트로가 뭐가 다른 건데?”라고 헷갈려 하십니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재해석’의 유무입니다.
- 레트로(Retro):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추억과 향수를 느끼는 것에 집중합니다. 옛날 게임을 에뮬레이터로 돌리거나, 옛날 영화를 그대로 다시 보는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 뉴트로(Newtro): 과거의 요소에서 영감을 얻되, 현대적인 기술과 감각을 더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8비트 게임의 도트 그래픽 ‘감성’만 가져와 최신 그래픽 기술로 세련된 게임을 만드는 것이 뉴트로입니다.
결국 뉴트로는 과거에 대한 완벽한 이해 없이도 즐길 수 있는 ‘힙’한 놀이에 가깝습니다.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세대가 주도적으로 유행을 이끌어간다는 점이 레트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과거의 유행은 그저 지나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를 만나 또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뉴트로 열풍은 우리에게 ‘오래된 것’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혹시 집 어딘가에 묵혀둔 오래된 물건이 있나요? 오늘 한번 꺼내보세요. 어쩌면 당신의 손에 미래의 ‘힙’한 아이템이 들려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