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월급만큼만 일해.”
“회사에 너무 많은 걸 바치지 마.”
언젠가부터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런 말들이 단순한 농담을 넘어, 현명한 조언처럼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밥 먹듯 하며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치던 ‘열정’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정해진 내 몫의 일만 하겠다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입니다.

‘조용한 퇴사’, 사표 대신 선을 긋는 사람들
‘조용한 퇴사’란,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업무 시간과 역할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일만 수행하며 심리적으로 회사와 거리를 두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퇴사’라는 단어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이는 업무 태만이나 게으름과는 다릅니다. 이들은 자신의 직무 기술서에 명시된 일은 책임감을 갖고 완수합니다. 다만, 그 이상의 추가 근무나 자발적인 헌신, 소위 ‘영혼을 갈아 넣는’ 행위를 거부하는 것이죠. “회사는 회사, 내 인생은 내 인생”이라는 명확한 선을 긋고,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입니다.
우리는 왜 ‘조용히’ 퇴사하기 시작했을까?
이러한 흐름은 왜,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을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1. ‘열정페이’에 지친 영혼들
과거에는 “내가 이만큼 노력하면 회사가 알아주겠지”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밤낮없이 노력해도 돌아오는 것은微々たる 보상과 번아웃뿐인 경우가 많았죠.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착취에 지친 이들은 더 이상 의미 없는 헌신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2.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깨달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금, 회사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닙니다. 언제든 나 또한 ‘조용한 해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회사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 자신의 커리어와 삶을 스스로 지키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3. ‘워라밸’을 넘어 ‘워라블’의 시대로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넘어, 일과 삶의 조화로운 통합(Work-Life Blending)을 추구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직장 밖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취미와 휴식, 정신 건강을 일보다 우선시하는 가치관의 변화가 ‘조용한 퇴사’ 현상을 부추겼습니다.
‘조용한 퇴사’ vs ‘그냥 게으름’, 종이 한 장 차이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옵니다. “그거 그냥 일하기 싫다는 핑계 아니야?”
핵심적인 차이는 ‘책임감’에 있습니다.
- 조용한 퇴사자: 계약된 시간 동안, 맡은 바 업무는 책임지고 완수합니다. 결과물의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다만, 불필요한 야근이나 추가적인 업무는 정중히 거절할 뿐입니다.
- 게으른 직원: 정해진 업무조차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며, 마감 시간을 어기거나 결과물의 품질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는 책임감의 부재이며, ‘조용한 퇴사’와는 명백히 다릅니다.
즉, ‘조용한 퇴사’는 에너지 절약 모드로 효율적으로 일하며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에 가깝습니다.
혹시 나도 ‘조용한 퇴사자’?
혹시 당신도 마음속으로 사직서를 품고 있진 않나요? ‘조용한 퇴사’는 나쁜 것이라기보다, 현재 나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 퇴근 시간만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나요?
- 업무 시간 외에 오는 연락은 일부러 무시하나요?
- 새로운 프로젝트나 업무에 대한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나요?
만약 그렇다면, 지금의 회사나 직무가 당신에게 더 이상 성장과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상황을 점검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커리어의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좋은 기회입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계약을 원하다
‘조용한 퇴사’는 단순히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가 기업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직원들은 이제 금전적 보상을 넘어 존중, 성장 가능성, 그리고 건강한 워라밸을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 조용한 반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개인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가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