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자꾸 문을 닫나? 셧다운에 대한 4가지 TMI

최근 뉴스에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라는 헤드라인,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아니, 나라가 문을 닫는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럼 대통령은 어디로 출근하는 거지?’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하죠. 😂

‘셧다운’이라는 말은 이제 익숙하지만, 정확히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우리 삶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치 매년 돌아오는 건강검진처럼, 연례행사처럼 들려오는 셧다운 소식!
오늘은 이 셧다운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 어원부터 시작해서 미국이 왜 그렇게 자주 문을 닫는지, 그리고 한국의 ‘셧다운제’와는 무엇이 다른지까지 속 시원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셧다운(Shutdown)의 정확한 뜻은?

셧다운(Shutdown)이란 말 그대로 ‘문을 닫는다’는 뜻으로, 주로 정부 기관이 예산 부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업무를 중단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공 서비스가 멈추게 되죠.

쉽게 말해, 나라 살림에 쓸 돈이 똑 떨어져서 공무원들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국가의 모든 기능이 마비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방, 치안, 소방, 항공 관제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필수 업무는 유지된답니다.
그래도 국립공원, 박물관이 문을 닫고 여권 발급 같은 행정 서비스가 지연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셧다운’은 어디서 온 말일까?

‘셧다운’이라는 단어 자체는 아주 직관적입니다.
‘닫다(Shut)’와 ‘아래로(Down)’가 합쳐진 말로, 원래는 공장이나 상점의 문을 내리고 영업을 종료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기계의 전원을 내리고 공장 가동을 멈추는 모습에서 유래한 것이죠.
이 단어가 정치 영역으로 넘어와,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이 일시적으로 운영을 멈추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당나귀와 코끼리 복장을 한 정치인들이 예산안 서류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풍자 일러스트

대체 왜! 미국은 자꾸 셧다운을 할까?

가장 궁금한 부분이죠. 아니,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이 왜 돈이 없어서 정부 문을 닫는 사태를 반복하는 걸까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의회의 예산안 합의 실패

미국은 대통령제 국가지만,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권한은 의회에 있습니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에 시작하는데요.
이때까지 의회에서 다음 해에 쓸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부는 돈을 쓸 법적 근거가 사라집니다.
바로 ‘결핍방지법(Antideficiency Act)’ 때문인데요, 이 법은 의회가 승인하지 않은 예산을 행정부가 임의로 쓰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는 말 그대로 ‘셧다운’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죠.

2. 정치적인 힘겨루기

사실 예산안 합의 실패의 이면에는 치열한 정치적 다툼이 숨어있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소속 정당과 의회의 다수당이 다른 ‘여소야대’ 상황에서 셧다운은 강력한 정치적 협상 카드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야당이 특정 정책(오바마케어, 국경 장벽 건설 등)을 반대하기 위해 예산안 처리를 보이콧하거나, 여당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예산안과 연계하는 식입니다.
국민의 불편을 볼모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아주 살벌한 ‘치킨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시민들이 멈춰버린 관공서 시계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을 표현한 일러스트

한국의 ‘셧다운제’도 같은 뜻일까?

여기서 잠깐! 많은 분이 헷갈려 하시는 ‘셧다운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과거 한국에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막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청소년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특정 서비스(게임)를 ‘차단(Shut down)’한다는 의미에서 같은 단어를 썼을 뿐,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미국의 셧다운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지금은 이 제도가 폐지되고 부모가 요청할 경우에만 게임 시간을 조절하는 ‘게임시간 선택제’로 바뀌었죠.

결론적으로,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셧다운’은 단순히 돈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 복잡한 정치적 셈법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국가 기능 정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월급도 받지 못하고 강제로 쉬어야 하는 공무원들과 행정 서비스 중단으로 피해를 보는 국민들만 고통받는 셈이죠.
이제 ‘셧다운’이라는 단어를 들으시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정치 드라마 한 편을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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