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3분 만에 해적에서 국회까지 완벽 정리!

뉴스에서 “여당(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예고했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아, 이제 국회에서 엄청 긴 연설이 시작되겠구나’ 하고 막연하게 짐작하실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마치 ‘아이돌’을 ‘노래하는 잘생기고 예쁜 사람’ 정도로만 아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

오늘은 우리가 매번 듣지만 정확한 뜻과 유래는 잘 몰랐던 ‘필리버스터(Filibuster)’에 대해, 아주 맛깔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뉴스에 나오는 필리버스터가 단순한 시간 끌기가 아닌, 아주 치열한 정치적 전략임을 알게 되실 거예요.

🧐 필리버스터,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필리버스터(Filibuster)란,

의회 등에서 소수파 의원들이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특정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긴 연설이나 발언을 통해 합법적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말’을 무기로 시간을 끌어 법안 통과를 막는 ‘합법적 땡깡(?)’이라고 할 수 있죠.

회의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는데, 한 사람이 발언권을 얻어 계속 이야기하면 다른 안건을 처리하거나 표결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바로 이 점을 이용하는 것이 필리버스터의 핵심 전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제한 토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 아니 근데, 필리버스터가 원래 ‘해적’이었다고요?

여기서부터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필리버스터라는 단어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정말 뜬금없는 단어와 마주치게 되거든요.

바로 ‘해적’ 또는 ‘약탈자’입니다!

16세기, 네덜란드어로 ‘자유롭게 약탈하는 자’를 뜻하는 ‘브레이뷔터르(Vrijbuiter)’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이 말이 스페인어로 넘어가 ‘필리부스테로(Filibustero)’, 프랑스어로 ‘플리뷔스티에(Flibustier)’가 되었죠.

주로 카리브해에서 스페인 선박을 약탈하던 해적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다 19세기 미국에서, 이 단어가 정치판에 등판하게 됩니다.

의사 진행을 가로막고 회의를 ‘약탈’하는 정치인의 모습이 마치 바다에서 배를 나포하는 해적과 같다고 해서 ‘필리버스터’라는 별명이 붙게 된 것이죠.

정치인을 해적에 비유하다니,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한가 봅니다. 😂

국회에서 한 의원이 단상에서 끝없이 연설을 하고 있고, 다른 의원들은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시계를 보며 지루해하는 모습을 표현한 귀여운 일러스트

📜 필리버스터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필리버스터의 방식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미국 상원의 경우가 가장 유명한데요.

과거에는 말 그대로 서서 계속 말을 해야 했습니다.

1957년, 스트롬 서먼드 의원은 인권법에 반대하기 위해 무려 24시간 18분 동안 연설을 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화장실도 못 가고 버텨야 하는, 그야말로 극한 직업 체험이죠.

하지만 요즘 미국에서는 실제로 연설을 길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소수당이 “우리 필리버스터 할 건데?”라고 예고만 해도, 다수당은 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표결(Cloture)에서 100명 중 6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합니다.

이 60표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필리버스터의 ‘위협’만으로도 법안 통과를 막거나 협상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카드가 되는 셈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2012년 국회법 개정으로 도입되었습니다.

  • 시작 조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진행 방식: 한 명의 의원이 발언 시간제한 없이 토론을 이어갑니다. 단, 같은 의원이 또 토론에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
  • 종결 조건: 토론에 참여할 의원이 더 없거나,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종결 동의를 내고 24시간이 지난 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강제 종료됩니다.

2016년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진행된 필리버스터는 총 192시간 25분 동안 38명의 의원이 참여해 세계 최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릴레이 말하기 마라톤이었죠. 🏃‍♂️💨

✨ 빛과 그림자, 필리버스터의 두 얼굴

필리버스터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장치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 순기능 (The Bright Side)

  • 소수파 보호: 다수파가 수적 우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이는 ‘의회 독재’를 견제할 수 있습니다.
  • 숙의 시간 확보: 논쟁적인 법안에 대해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고,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벌어줍니다.
  • 협상 유도: 필리버스터를 통해 다수파와 소수파가 타협하고 협상할 여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역기능 (The Dark Side)

  • 국회 마비: 필리버스터가 남용될 경우, 꼭 필요한 민생 법안 등의 처리가 지연되어 국회 전체가 마비될 수 있습니다.
  • 정쟁의 도구: 법안의 내용과 상관없이, 단순히 상대 정당을 공격하고 발목을 잡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필리버스터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지키는 민주주의의 방패가 될 수도,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는 창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이제 뉴스에서 ‘필리버스터’라는 단어가 들리면, 단순히 ‘아, 또 싸우네’가 아니라 그 배경에 깔린 치열한 정치적 계산과 전략이 보이실 겁니다.

해적에서 시작해 국회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필리버스터 이야기, 흥미로우셨나요?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재미있는 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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