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당신을 조종하는 3가지 방법, ‘넛지 효과’의 모든 것

혹시 마트 계산대 앞에 놓인 초콜릿이나 껌을 무심코 집어 든 경험, 있으신가요?

혹은 ‘다른 고객님들은 이 상품도 함께 구매했어요’라는 문구에 홀려 장바구니에 상품을 추가한 적은요?

축하합니다!

방금 당신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팔꿈치로 쿡 찔리셨습니다.

바로 오늘 우리가 알아볼 ‘넛지(Nudge)’ 효과에 말이죠. 😉

이름만 들으면 ‘넛지? 그게 뭐지? 먹는 건가?’ 싶지만, 사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넛지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답니다.

오늘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기도 하고, 때론 지갑을 탈탈 털어가기도 하는 넛지 효과에 대해 A부터 Z까지 샅샅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 넛지(Nudge)가 대체 뭔가요?

자,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용어 정리부터 확실하게 하고 가시죠!

넛지(Nudge)란?

‘옆구리를 슬쩍 찌르다’는 뜻의 영단어로, 강요나 금지 없이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와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이 제시한 개념으로,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ure)’의 일종이죠.

핵심은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습니다.

이른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고나 할까요? “네 자유를 존중하지만, 이쪽이 더 좋은 길 같아~” 하고 넌지시 알려주는 거죠.

🎯 일상 속 넛지 효과, TOP 3

백문이 불여일견! 말로만 들으면 아리송한 넛지 효과, 우리 주변의 생생한 예시를 통해 만나볼까요?

아마 “아! 이게 넛지였어?”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실 겁니다.

  1. 세상을 구한 작은 파리 한 마리 🦟

    남자분들이라면 공중화장실 소변기에서 작은 파리 그림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처음엔 ‘웬 장난이지?’ 싶지만, 이 파리 한 마리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는데요.

    이때 한 경제학자의 아이디어로 소변기 중앙에 파리 스티커를 붙였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파리를 ‘조준’하면서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무려 80%나 줄어든 것입니다!

    청소 비용은 대폭 절감되고 화장실은 훨씬 쾌적해졌죠.

    아무도 “소변을 흘리지 마시오!”라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작은 그림 하나가 모두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은 완벽한 넛지의 사례입니다.

    소변기 중앙에 그려진 파리 그림을 조준하는 사람의 모습 일러스트

  2. 채소는 앞으로, 과자는 저 뒤로! 🥗

    혹시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편의점이나 마트에 들어서는 순간 와르르 무너진 경험 없으신가요?

    우리의 눈길과 손길이 가장 먼저 닿는 곳에 보통 어떤 상품들이 있죠?

    맞습니다. 바로 할인 상품, 신상품, 혹은 알록달록한 과자들입니다.

    이것 역시 상품 진열을 통한 넛지 전략입니다.

    반대로, 학교 급식실에서 샐러드나 과일처럼 건강한 음식을 눈에 잘 띄는 앞쪽에 배치하고, 피자나 튀김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뒤쪽에 놓았더니 학생들의 건강식 섭취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선택지를 없앤 게 아니라, ‘더 좋은 선택’을 더 쉽게 만들었을 뿐인데도 말이죠.

  3. ‘기본값’의 무서운 힘 🖱️

    우리는 생각보다 ‘귀차니스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설정된 ‘기본값(Default)’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죠.

    넛지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듭니다.

    예를 들어, 장기기증 동의율을 높이고 싶을 때 ‘기증에 동의하십니까?’라고 묻는 것(옵트인, Opt-in)보다 ‘기증을 원치 않으시면 체크해주세요’라고 하는 것(옵트아웃, Opt-out)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옵트아웃 제도를 채택한 국가들의 장기기증 동의율은 옵트인 국가보다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디폴트 옵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근로자가 별도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금에 가입 및 투자되도록 설정해, 모두의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돕는 것이죠.

😈 넛지의 어두운 그림자, 슬러지(Sludge)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넛지에도 어두운 면이 존재합니다.

바로 ‘슬러지(Sludge)’입니다.

슬러지는 넛지와 정반대로,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해로운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마치 끈적한 진흙(sludge)처럼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죠.

  • 해지/탈퇴 버튼은 꽁꽁 숨겨놓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긴 쉬운데, 막상 해지하려고 하면 절차가 복잡하고 버튼은 어디 있는지 찾기 힘든 경험, 다들 있으시죠?
  • 나도 모르게 추가되는 부가서비스: 상품 구매 마지막 단계에서 교묘하게 체크되어 있는 ‘부가서비스’나 ‘보험’ 등이 바로 슬러지입니다.
  • 복잡한 서류와 어려운 용어: 정부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신청할 때, 너무 복잡한 절차와 어려운 용어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게 만드는 것 역시 슬러지에 해당합니다.

넛지가 ‘더 나은 선택을 위한 부드러운 유도’라면, 슬러지는 ‘기업이나 기관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설계’하는 넛지의 사악한 쌍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넛지’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깨를 으쓱하며 아는 척할 수 있겠죠?

넛지는 우리의 삶을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하고,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정책 입안자부터 마케터,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는 개인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선택을 더 쉽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하죠.

물론, 교묘하게 숨어있는 ‘슬러지’를 간파하는 현명함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늘부터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과연 어떤 넛지들이 당신의 선택을 슬쩍 밀어주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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